<<<둘째, 넷째주에 만나는 박문환 이사의 '스페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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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역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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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가 참 많았었습니다.
우리네 반도체 주가를 끌어 내리면서 가장 큰 변화를 준 사건이라면 <딥시크>를 꼽을 수 있는데요, 워낙 관심들이 많으셔서 이미 많은 자료를 읽어 보셨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 역시 다른 여러 창구들을 통해서 딥시크에 대한 제 생각을 충분히 밝혀드렸기 때문에 오늘은 패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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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비록 한 달 간 유예되기는 했습니다만, 무관세였던 인접국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P의 관세를 추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해보이는데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 명령에는 상대국이 보복을 할 경우 관세율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습니다.
트럼프식 무역 전쟁의 서막을 알린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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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마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한 달간 유예되기도 했는데요...
시작하자마자, 관세 전쟁이 끝난 걸까요?
아니면 이제부터 시작인걸까요?
오늘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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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보다 앞서 챙겨두실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지난 주에 있었던 FOMC가 중요합니다.
다른 뉴스들에 가려져 있었지만 저는 나름 매우 중요한 점을 보았거든요.
장기적으로 증시가 상승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였기 때문에 우선, 그것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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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은 1 월 FOMC에서 정책 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로 동결했습니다.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의 QT 월간 한도는 각각 250억 달러, 350 억 달러로 변동이 없었구요.
만장일치 결정이었고, 또한 시장 예상에도 대체적으로 부합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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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월 FOMC 성명서 공개 직후 채권 금리와 달러가 급 반등하면서 미 증시가 1% 수준까지 낙폭을 확대했었는데요, 12월 FOMC 성명서 내용과 유사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물가와 고용에 대한 문구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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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이번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를 향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던 기존의 문구가 사라졌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다.>라고만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연준의 관심이 고용에서 물가로 확실하게 이전되었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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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하락하던 주가는 파월의 기자회견 때 다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진전 관련 문구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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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어떤 신호를 보내기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고 약간의 언어 정리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시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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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서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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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이고 경제는 강하기 때문에 통화 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경제가 강하게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으면 제약적인 통화 정책을 보다 오래 유지할 것이고, 고용 시장이 갑작스럽게 악화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 정책을 완화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여전히 연준의 생각은 오로지 데이터 의존적이며, 또한 현재 정책이 연준의 이중 책무인 <고용>과 <물가>의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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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중요한 발언은 기자회견 때 나왔습니다.
파월이 했던 발언 중에서 중요한 3가지를 추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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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고용 호조가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천이 아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고용 시장이 너무 좋아서 서비스 물가 위주로 물가가 상승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고, 결국 경기 과열로 인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는 말이잖아요?
그렇다면, 금리 인하는 단지 속도의 문제일 뿐이고, 미 연준의 통화 완화 사이클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호재죠.
또한 일부라도 트럼프 리스크가 선 반영된 물가 상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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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째는, "중립 금리 대비 유의미하게 기준 금리가 높다."는 발언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거 매우 중요한 발언입니다.
대부분의 연준 인사들은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보다 다소 높다."고 언급해왔습니다.
<다소 높다>와 <유의미하게 높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의미’란 표현은 극소수의 비둘기파 의원들이 사용했던 수식어였죠.
그런데 파월이 그런 말을 했다면 현재 기준 금리가 중립 금리에 비해 현저히 높다...중립 금리까지는 갈 길이 많이 남았다...다시 말해서 금리 인하의 여지가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남아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딥시크나 트럼프 관세 때문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 발언은 매우 강력한 호재성 발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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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물가 목표 달성 이전에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이 다시 강조되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명목 물가가 2%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이유는 끈적한 주거비 등의 요인 때문이고 실질 물가는 이미 1.9%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저의 주장을 기억하시는지요?
파월도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명목 물가가 2%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금리 인하를 추가로 더 할 수 있다는 말이 되죠.
이것도 매우 중요한 호재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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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딥시크나 트럼프의 과세 소식이 없었더라면 주가는 아주 많이 올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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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자 회견에서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때문에 잠시 휴식이 필요했을 뿐, 앞으로의 금리 인하 경로에 딱히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존의 관점인 연내 2~3 회 가량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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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번째 주제로 가보겠습니다.
주 초부터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가가 들썩 거렸는데요, 저는 지난 번 보고서에서...
"관세를 25% 모두 부과하지는 못할 것이며, 서서히 텀 프리미엄이 감소하면서 장기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는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 드렸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데다가, 상식적으로도 심하게 어긋나 있고, 특히 미국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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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씩 설명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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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도 결국 세금인데요, 세금과 관련된 문제를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반드시 국민...그러니까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절차가 없었잖아요?
어떻게 세금과 관련된 문제인데도 의회 통과 없이 가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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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비상경제법(IEEPA)을 근거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IEEPA는 1977년에 제정된 오래된 법인데요, 지금까지 법만 만들어지고 이 법을 적용했던 적은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트럼프가 처음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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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는데요, IEEPA는 전쟁 등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만 한정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무역 상대국과 전쟁을 하게되면, 기존의 무역 협정 같은 것들을 모두 뛰어넘는 경제 통제가 필요해지잖아요?
전쟁이 나면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권한을 줘서 전쟁 상대국을 압박하자는 것이 이 법의 탄생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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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전쟁 등 특수한 경우"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지금 미국은 전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법이 처음 제정될 때에 기본 목적은 지금의 트럼프처럼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저 전쟁을 치루고 있는 하나의 국가나 개인에 대한 제재가 목적으로 탄생한 법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 법안을 이용해서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적 관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당초 법의 취지를 넘어서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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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나 그의 자문단이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트럼프로서는 이 말도 안되는 억지를 적당한 이익을 챙기고 속히 끝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시간을 끌수록, 이해 관계자들은 로비스트를 고용해 의회를 자극하거나 혹은 소송을 시작할텐데요, 의회가 시끄러워지는 순간, 트럼프는 이 게임에서 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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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상식적으로도 심하게 어긋나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싶어했고 그래서 우리에게 요구했던 것이 니어쇼어링, 혹은 프랜드쇼어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