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을 위한 네 가지 단계.
0. 사업 성공의 필수 요소를 찾고, 구성원을 파악한다.
팀빌딩에 앞서 필요한 것은 1) 사업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2) 함께 하는 구성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맛있는 된장찌개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을 이해한 다음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자꾸 다른 사람, 다른 회사가 갖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이미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이해해야 한다.
반대로 어떻게든 있는 재료로만 된장찌개를 끓이려 하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필요한 것은 마트에 가서 구입해와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오려면 뭐가 필요한 지는 알고 있어야 하고,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은 후순위로 두어야 하겠다. 그냥 쉽게 생각하면 된다. 필요한 것을 왼쪽에, 갖고 있는 것을 오른쪽에 둔 후에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파악하자.
1. (반드시 지켜야할 사람을) 지킨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잡고 싶은 사람이 계속 나가는 회사를 누가 들어오려 하겠는가.
그런데 현실에선 이런 일이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 아무리 잘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명 나갔다고 회사가 바로 비틀거리는 일은 잘 없다. 사실 일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없어도 일이 돌아가도록 프로세스를 만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반대로 지원하는 사람들은 일단 일해보기 전에는 그 회사의 내부 사정을 알기 어렵다. 그 결과는?
많이 채용하고 많이 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회사는 잘 하는 사람이 나가도 지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고 ‘그래, 한 두 사람 빠진다고 흔들거리면 회사가 아니지!’라고 말하며 특정 개인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이란 것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가능할 리 있겠는가. 잘 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나가는 회사의 시스템이 제대로 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직장을 다니며 내가 만나본 ‘성과를 내는 리더’들은 한결같이 ‘사람’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알아보고, 무엇으로 부르고,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 사람들이 자신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 했다. 설령 그것이 그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이란 것은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2. 성장시킨다.
처음부터 모든 구성원을 최고의 상태로 만들고 시작할 수는 없다. 반드시 지켜야할 사람을 지켰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구성원들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각자에게 있는 잠재력의 씨앗을 알아보고, 그것이 싹을 틔우고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외로 자신이 가진 강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알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보다는 자신이 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감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고구마가 될 수는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고. 누군가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것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리더와 함께 하는 구성원은 성장한다.
죽도록 일해야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씨앗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물과 흙, 빛이 필요하다.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해서 물을 들이 부으면 썩을 뿐이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도 좋지 않다.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고 한계를 뚫고 나갈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비법이 뭐냐고 물으면 굉장히 난처해 한다. 그냥 잘 살피고 관심을 둔다는 말을 할 뿐이다.
3. (헤어져야 하는 사람과) 이별한다.
같이 하던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킬 사람을 지키고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과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별해야 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이다. 충분한 기회를 주었음에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 부정적인 사람,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개선이 되지 않는 사람과는 이별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어느 한 조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력이 없거나, 다른 조직에 가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던 사람이 역할을 바꾸거나, 부서를 바꾸거나, 이직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가진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리더 밑에서 오랫동안 인내하며 자책하던 사람이 그렇다.
따라서, 누군가와 이별할 때에는 충분한 기회를 주었는가, 그 기간 동안 일관된 메세지를 전달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1년 내내 잘 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다 갑자기 헤어져야 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능력없거나 비겁한 것일 뿐이다. 사실 그런 리더와는 헤어지는 것이 길게 보았을 때 그 사람 본인에게도 더 좋다.
4. (우리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부른다.
많은 조직, 회사를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중복된 자원’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속도를 강조하는 사람은 빠르게 실행하는 사람을 선호하고, 차분히 앉아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 그런 사람만을 선호한다.
구성원이 다 비슷한 역량과 성향을 가지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세상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에 필요한 해법도 다르다. 구성원들의 동질성이 강화될 수록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요리를 할 때는 사시미도 필요하고, 중식도도 필요하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이해하고 필요한 조각을 팀 안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이질적인 것이 들어오면 당연히 처음에는 불편하다. 그러나 외부의 자극과 기존의 역량이 서로 부딪히고, 연결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팀은 다양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최적의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다른데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다.
출처: 전 카카오 부사장 김형석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