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분석하고 있다는 환각>
매크로 분석은 겉으로 보기에 지적이고 투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유용성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나 편견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과 시장의 본질적 특성에서 비롯된 문제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매크로 분석과 시장 분석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지적인 환각'을 제공하며, 이는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워런 버핏은 "GDP나 금리 전망에 기반해 투자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그의 오랜 투자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이다. 거시경제 지표와 금리 변동, GDP 성장률 같은 매크로 데이터는 매일 쏟아지며, 이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전망도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들은 사후적으로 검증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분석가들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자체가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수많은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며, 이런 환경에서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황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주야를 가리지 않고 즉각적으로 쏟아지는 유튜버들의 시장 분석은 대개 어제의 내용을 약간 변형한 수준에 불과하다. 어제의 호재와 악재를 적당히 버무려 오늘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된다. 사실, 어제 게시된 영상을 오늘 다시 틀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게으른 분석가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확정적인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불안한 환경에서는 모호한 표현과 수시로 균형을 바꾸는 전망이 최선의 방어책이 된다.
이러한 매크로 및 시장 분석의 중독성은 금융 미디어와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금융 미디어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위기와 새로운 기회를 강조하지 않으면 독자와 시청자의 관심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끝없는 내러티브의 소비자가 되고, 실제로는 별다른 실질적 가치를 얻지 못하면서도 위안을 얻으려 끊임없이 정보를 갈망하게 된다.
기업 분석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 분석은 겉보기에는 더 정교하고 과학적인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펼쳐보면 쏟아지는 숫자와 낯선 용어들이 일반 투자자의 기를 죽인다. 게다가 미래 실적을 추정하려면 한층 더 복잡한 계산과 가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노력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문 애널리스트들조차 기업 실적을 예측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부정확하며, 실제 실적과 20% 이상 빗나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한 기업가치의 평가 변화는 예측을 사실상 무용하게 만든다.
PER, PBR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평가 지표들도 참여자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일 뿐이다. 이런 지표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경쟁 우위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결국 십여 분짜리 기업 분석 영상 몇 개를 돌려보고 나면, 우리는 그저 "그럴듯하다"는 지적 도취감만 얻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투자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일종의 '투자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게 된다. 마치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해서 실제 요리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소비된 콘텐츠는 우리의 지적 욕구를 채워줄지는 몰라도, 실제 투자 성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촉에 의존해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직관적 결정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전문가들의 직관이 때로 복잡한 분석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그런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투자의 본질은 어쩌면 복잡한 분석보다 단순한 원칙에 있을지도 모른다. 분산 투자, 장기 투자, 규칙적인 투자 같은 기본 원칙들이 수많은 경제 및 시장 분석보다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버핏은 "우리는 매크로나 정치 환경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를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훌륭한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시장은 닫힌 상태에서도 5년 동안 보유할 수 있는 주식을 사라"고 조언하며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피터 린치는 "조정을 예측하려다 잃은 돈이 실제 조정에서 잃은 돈보다 많다"고 지적하며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경고했다. 찰리 멍거 역시 "큰 돈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인내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매크로 환경이나 시장 상황을 완벽히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다. 끝없는 호기심으로 사업 자체의 본질에 대해 학습, 탐색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자신만의 원칙을 꾸준히 교정하고 실행해 나가는 사람이다. 제레미 그랜섬이 말했듯 "모든 거품은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말로 끝난다." 우리는 이런 경고를 기억하며 투자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그 끝은 결국 ‘사업’이고 ‘경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