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나는 또래들보다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덤덤히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의 불길이 떠올랐다. 어떤 가정은 행복하고 부유한데,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까? 세상은 왜 이토록 불공평할까? 운명의 부당함에 치를 떨었다.
내 새끼손가락에는 흉터가 하나 있다. 이때 남긴 '분노의 흔적'이다. 그해 겨울, 뼈를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했다. 나는 우연히 얼어붙은 창문 틈으로 고위 간부들이 따뜻한 방 안에서 차를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내 마음속엔 한기보다 더 차가운 외로움이, 분노의 불길보다 더 뜨거운 원망이 가득 찼다. 그 순간, 실수로 손가락을 베었다. 붉은 핏줄기는 검게 변할 때까지 흘러내렸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봤자, 나는 더 약해지고 불안해질 뿐이었다. 분노를 다스리고, 그 힘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나는 그때 반드시 출세하겠다고 결심했다. 내 안의 분노를 더 높은 목표를 향한 동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갈 추진력으로 바꾸기로 했다.
'멈추고 고요해지는 경지에 도달해야 비로소 모든 움직임을 멈출 수 있다.' 중국 철학자 남화이진의 말이다.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세상 모든 것이 어지럽고, 마음이 고요하면 세상 모든 것이 평온해진다는 뜻이다. 나는 이 진리를 일평생 내 삶에서 증명해냈다. 마음을 단단히 정한 후로는, 어떤 생활의 풍파도 나를 쉽사리 흔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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